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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지 무엇인지 안녕히 것들한테 불구하고[※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원 건축가 건축환경연구소 광장제공, 사진가 김중만 작품


지난 칼 mortgage loan 럼에 이어 대관령 슬로프에서 이대생들에게 스키를 가르쳤던 시절의 이야기를 계속한다．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20∼30명의 여학생을 가르치는 재미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한번은 시범을 보인다는 게 고만 너무 무리하는 바람에 넘어지는 사태를 맞았다.
새로 장만한 오른쪽 스키의 날카로운 엣지가 왼쪽 다리의 무릎뼈를 날카롭게 베고 여비교통비 나가서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때 내 스키는 아주 새로 산 신형의 일본 니시자와(西澤)라는 유명상표의 신품이었는데 아마도 세이프티 바인딩이 없던 때였다.
넘어져서도 스키가 벗겨지지 않고 구르는 바람에 두 다리가 엉켰고 오른쪽 스키의 날카로운 엣지(edge : 목제 스키에는 알루미늄으로 된 엣지가 양 끝에 붙어서 슬라이 롯데카드사 딩을 막아주었다)가 칼날처럼 반대쪽 다리뼈를 베고 나간 것이었다.
너무도 그 광경이 창피해서 별로 아프지 않은 척을 하고 지나려고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중에 혼자 살짝 왼쪽 다리를 내려다보니 고무 방수천으로 된 스키복의 다리 부분이 면도칼로 자른 것처럼 5㎝쯤 잘려져 있는데 그 사이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조금 벌려보 자산운용협회 니 찢어진 살 사이로 하얗게 뼈가 드러나 보였다.
그제야 상처가 엄청나게 아파지기 시작했다.
스키화를 벗고 보니 내복과 양말이 온통 피투성이인 데다가 스키화 속까지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다.
나중에 들으니 그때 나의 안색이 너무 창백해 있어서 내가 많이 다쳤구나 하고 학생들이 모두 걱정하며 눈치를 채 한국자산관리공사 공매 고 있었단다. 그런데도 나는 혼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마침 간호과의 여학생 하나가 나서서 간단히 지혈 조치를 하고 다른 슬로프에 있던 이창환 이대 체육학과 교수를 불러왔다. 이 교수는 본직이 의사이므로 내 상처를 들여다보더니 병원엘 가야겠다고 진단을 내렸다.
나는 여학생 몇 명에게 업히다시피 산에서 내려와 횡계 읍내로 갔으나 그 시골구석에 병원이 있을 턱이 없다. 겨우 약국을 하나 찾아들어서 이 교수는 나를 기다란 나무 의자에 눕히고 바느질하는 바늘과 실을 달라더니 소독하고는 국부 마취도 없이 내 상처를 일곱바늘 꿰맸다.
옆에서 벌벌 떨며 나를 붙잡고 있던 여학생들 때문에 나는 비명 한 마디를 못 지르고 이를 악문 채 그 '수술'을 참아냈다. 그러고는 곧바로 숙소로 후송돼 내겐 스키 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이후 열흘이나 남은 나머지 기간 아스피린과 항생제를 먹으며 방안에 박혀 있게 됐다.
다행히 이 교수의 배려로 노처녀 조교 한 명과 스키를 타기가 싫어졌다는 여학생 하나가 남아서 불편한 나를 시중 들었다.
조교 한 명은 붙박이고 매일 당번이 바뀌는 여학생 하나와 그렇게 셋이 지낸 그 열흘 동안이 나에게는 지금도 회상하기에 즐거운 추억이 됐다. 그중에 고성환 교수의 제자인 역사학과 여학생과 내 직업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이야기를 해주며 흐릿하게 잉크가 바랜 사진 한 장을 몰래 꺼내 보여줬다.
그때는 어떤 이유로든 공산국가의 사진을 몰래 가지고 다니거나 누굴 보여 주는 일은 자칫 아주 위험하게 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때가 바로 내가 앙코르와트를 처음 알게 되고 꿈속에서도 가보고 싶어 하게 된 바람의 시작이다.
1970년의 일이니 그로부터 30년이 지나서야 나는 그곳을 갈 수 있었다. 그곳에 가서도 구경하면서 내내 그 여학생을 기억했다.
어떤 해에는 강원도 지방의 폭설로 대관령 도로의 교통이 두절되기도 했다. 폭설로 인한 교통 두절이야 강원도에서는 다반사였다. 나도 거기 가 있는 동안에 길이 막혀 횡계마을에 갇혀서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길이 뚫리기를 마냥 기다린 적이 두세 번인가 있었다.
그때는 사람들이 느긋했었는지 우리나라가 원시적이어서 그랬는지 도무지 그런 일에는 대체로 지금보다 무감각한 편이었다. 도로가 막혀도 천재지변으로 받아들였고 다시 개통되는데 열흘이 걸려도 으레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였다.
문제는 우리들 모두 생필품(담배, 치약, 비누, 통조림, 간식 등)이 동 나고 옷도 모자라 빨려고 구겨 넣었던 내복을 다시 꺼내 입는 사태가 벌어졌다,
무엇보다도 돈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면 원조를 청할 가족이 있는 좀 여유 있는 친구가 서울집에 전화해서 돈을 좀 보내어 달라고 연락했다.
며칠 동안을 매일 횡계우체국에 들러 돈이 왔나를 확인하다가 송금환이 도착하면 그 돈을 찾아 그날 밤은 모두 함께 한잔하고 조금씩 나눠 썼다.
당시의 교통편은 한마디로 일단 일이 벌어지면 교통 문제가 해결이 아예 안 되는 상황이었다. 동대문 마장동 강원여객 차부에서 꼬불꼬불 비포장의 산길을 타고 원주를 지나 대관령까지는 기본적으로 8시간이 걸렸다.
말이 그렇지, 한겨울에 그 길이 뻔할 날이 없어 걸핏하면 눈이 와서 불통, 그렇지 않으면 서행으로 열 시간, 때로는 그 200㎞ 거리를 열두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사실 평균시속 20㎞를 두고 교통편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자동차라고 하는 것은 어디서 그런 구닥다리 군용트럭을 불하받아 개조하였는지 중간에 걸핏하면 고장으로 몇 시간씩 선 채로 꼼짝을 않았다. 아니면 핸들 고장이나 브레이크 파열로 낭떠러지에 곤두박질도 흔한 일이라 사실 보험회사가 있었다고 해도 보험 가입을 받아주지 않았을 만한 악조건이었다.
설령 운 좋게도 날씨가 좋고 교통편도 좋고 차도 정비가 잘 돼 있어서 여덟시간 대에 주파한다 해도 또 다른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험악한 비포장의 자갈 섞인 흙길을 달리는 일은 딱딱한 나무 의자 위에 얹어진 궁둥이뼈를 8시간 동안 고속의 진동기 속에 넣고 흔들어 대는 효과를 내는 일이다.
한 두어 시간마다 화장실을 가라고 내려놓을 때면 허리가 휘청휘청, 다리가 후들후들, 머리가 빙글빙글…. 말이 아니었다.
그뿐인가? 이럴 때 우리 불쌍한 구식 장비들은 그 진동기 속에서 견디다 못해 모든 나사 종류가 다 헐거워져서 빠져 도망가고, 끈으로 묶은 것은 모두 풀려 벌어지고 짝을 찾기조차 어려울 지경에 이른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래도 스키를 버스 천정의 파이프 손잡이에 길게 달아매어 덜렁거리게 두면 차체의 진동이 덜 전달돼 조금은 나았다.
그것도 조금만 게으르게 한눈을 팔거나 잠이라도 들었다 깨어보면 맸던 줄이 풀려 떨어지기 일쑤였다. 아래 있는 사람의 머리를 때리거나 바닥에 떨어져 분해돼 나사와 부속품이 산지사방으로 흩어진 후였다.
참 옛날 옛적 이야기였다.
그러다가 1975년에 발왕산 정상을 시작으로 그 북쪽 사면에 '용평스키장'이 세워졌고 횡계마을에서 그 리프트도 없이 언덕을 걸어 올라가 스키를 타던 만화 같은 추억은 정말 옛적 이야기가 됐다.
길도 좋아지고 차들도 좋아져서 물론 그 전보다 더 자주 다니고 편하게 많은 시간 스키를 즐기게 됐지만 이런 변화와 함께 우리들의 젊은 시절은 어느 날 지나간 일이 됐다.
한 해도 빼지 않고 해마다 대관령에 갔지만 80년엔가 '레드' 정상에서 누군가와 부딪쳐서 인대가 끊어진 사건은 많은 생각을 불러왔다.
오른쪽 무릎의 인대를 봉합하는 수술을 받고 두 달간 입원한 채 석고붕대를 하고 누워 있었다. 이후 또 두 달을 클러치 목발 신세를 지고, 여섯 달을 물리치료를 받았다.
통틀어 일 년을 고생하고도 45년이 지난 지금도 완전치 않은 다리로 나는 주로 그린 슬로프에서 하루 종일 천천히 눈을 즐긴다.
오래전에 한동안 그렇게 열심히 온몸을 던져서 사랑했던 일들을 생각하면서.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 독립기념관·코엑스·태백산맥기념관·국립국악당·통일연수원·남양주종합촬영소 등 설계.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삼성문화재단 이사,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 등 역임. ▲ 한국인권재단 후원회장 역임. ▲ 서울생태문화포럼 공동대표.
* 자세한 내용은 김원 건축가의 저서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 '꿈을 그리는 건축가', '못다 그린 건축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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